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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과 요즘의 차이

기타/아무말 대잔치

by HUMAN H 2023. 8. 3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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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과학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모습으로 눈을 번뜩이며 외쳤다. 이렇게 말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클론 양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우주에 있는 다른 세계와 우리 같은 지적생명체를 찾아낼 겁니다!”, “우리는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 인류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있나 탐사할 예정입니다.”, “우리는 에이즈 치료법을 찾을 겁니다!”라고 말이다.

 

그럼 요즘 과학자들은 어떤가? 그들은 진심으로 가슴에서 깊은 ‘빡침’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머리를 싸맨 뒤, 담배를 한 모금 빨아 당긴 후 이렇게 말한다.

 

“아니 그러니까, 지구는 평평하지 않다니까요.”, “기후 위기는 실재합니다.”, “진심 진짜 제발 씨X 백신 안 맞으면 댁들 자식들이 죽을 수도 있다니까요?”, “제발 마스크 좀 쓰십시오!”, “예, 달은 실재합니다.”라고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능이 퇴화하는 直立步行可能種이 양지에서 날뛰는 때가 늘어나는 요즘, 왜 이세계물에서 고대 마법이 위대하게 묘사되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아마 요즘 과학자들은 퇴근하면서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개를 보면 이렇게 할 것이다. “옛다, 내 보람!”이라고 말이다.

 

 

그럼 우리는 어떠한가? 사실 우리도 별반 다르진 않은 듯하다. 옛날의 사학계는 이전의 이론에 비판적 보충을 하며 새로운 시대인식에 반응한 새로운 거시담론을 제시해 왔다.. 예컨대, 식민지 시절의 인식을 벗어나려 내재적 발전관과 자본주의 맹아론을 제시한다거나, 민주화운동에 반응하여 민중사학론을 제시한다던가 말이다. 고고학으로도 확장해 보면 식민사학에서의 금석병용기 개념을 혁파하려 시도한 것도 있을 것이다.

요즘은 어떠한가? 물론 우리도 이전까지는 보지 못한 미시적 영역에서의 연구, 현대생활사, 일상사 연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전과 비교될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뤘다. 그러나 한편으로 인터넷 시대가 오면서, 정보가 범람하는 사회 속에서 유사사학과 끊임없이 지긋지긋한 싸움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요즘 과학자들과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이 싸움은 온갖 정치적 이유, 신념, 돈 문제가 엮이면서 애당초 논리싸움이 성립하지도 않는 분호난장(糞胡亂場) 그 자체라 봐도 되겠다. 과학자들이 내뱉는 한탄을 우리한테 적용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환단고기>는 위서입니다. 역사적 사실이고 뭐고 그냥 소설이라니까요. 오히려 그 내용이 일제가 원하던 바를 말하고 있다니까요?”, “홀로코스트는 실재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예, ‘위안부’는 엄연히 역사적 사실이라니까요?”

 

지식의 범람하는 시대 속에서 언제나 호시탐탐 대가리를 디미는 반지성주의나, 천민자본주의에 기인한 사고방식 내지는 권력과 싸워야 한다는 것은 현대의 모든 학문체계가 공유하는 점이지만, 역사와 과학은 특히나 이러한 공격에 더더욱 취약하고, 여타 분야의 압력이 작용하는 순간 망가진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대중에게 학계의 내용을 좀 더 쉽게 풀어 사학을 홍보해보려 해도 뜻대로 되는 법은 없고, 꼬여가는 상황을 보며 한숨 쉬며 학자들은 오늘도 퇴근하며 지나가는 개를 보면 요즘 과학자들과 같이 이럴 것이다.

 

“옛다, 내 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