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14.
현장수업: Pier 39, Bay Cruise
-자유시간: UC Berkeley 방문. 우리가 통상 말하는 버클리 음대랑은 다른 곳이다. 우리가 간 곳은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campus이고, 버클리 음대는 보스턴에 있는 Berklee College of Music이다.
요즘 들어 학교 날씨가 해 뜨는 게 보이고 멀쩡한 듯한데, 그 기대는 저녁이 되는 순간 여지없이 다 박살난다. 오늘도 여전히 학교 부지의 저녁은 얼굴로 미스트가 느껴지는, 움직이는 안개가 재림하는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풍기는 공간이 된다. 거의 런던의 시궁창스러운 날씨 같달까? 여기서 담배 피는 내내 느낀 생각이 ‘빨리 피우고 들어가야겠다’와 함께 ‘여름인데 겨울에 담배 피듯 목 움츠리고 팔로 몸 싸매고 담배를 빨아당기는 희한한 경험을 여기서 다 한다’는 것이었다. 이곳의 을씨년스러우면서 기묘한 날씨를 가장 크게 체감할 때는 다름이 아니라, 바로 저녁에 일정 마치고 돌아와서 담배 필 때였다.
오늘의 빅 이벤트라면 버스에서의 실랑이일 것이다. 시작은 한 3인분 덩치 돼 보이는 아줌마, 지팡이 짚고 타더니 ‘나 몸 불편해서 그러니 자리 양보해 달라’고 외치며 자리에 앉은 것에서 출발했다. 그때는 단순히 ‘노약자석이 대중교통의 절반인 만큼, 이 동네는 그게 자연스러운 건가?’ 싶었는데, 문제는 그 후에 일어났다. 그 여자, 혼잡한 버스 안에서 내리던 다른 이와 실랑이를 벌이더니 소리 지르며 밀지 말라고 말싸움을 벌이다 서로 몸싸움을 벌이며 난리를 치며 내렸던 것이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A는 둘 사이의 몸싸움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지니어스는 그 실랑이 와중에 기숙사 열쇠를 떨궜는데 내리던 어떤 놈이 그걸 태연히 주워 가져가던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추격해 도로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그놈이 그걸 경찰에 갖다주려고 주워서 주머니에 넣었을지는 알 방법이 없지만, 남이 떨군 걸 태연히 제 주머니에 넣고 내리는 건 뭔 놈의 발상인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느낀 것은 하나다. 지난 연도에 연수 갔다 온 조가 경험했던, 버스에서 난동 부리는 미친놈은 우리도 피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오늘이었지. 솔직히 이 광활한 땅과 다양한 인종, 많은 인구 사이에서 멀쩡한 놈만 있기를 바라는 것부터가 욕심이지 않을까......
여기서 타지에서 발이 되어주는 대중교통에 대해서도 한번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MUNI, BART 등 철도형 대중교통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호선 단위로 노선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한 노선에서 서로 다른 호선이 시간 단위로 오는 구조를 사용한다. 처음 지하도에 들어가 봤을 때의 느낌은 뭐랄까, 흡사 어릴 때 본 기억으로만 남은, 한적한 시간대에 반쯤 불 꺼져있던 스크린도어 없는 역에서의 스산한 느낌을 풍겼다고 기억한다. 애초에 일부 역은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 자체가 지하철이라기보다는 무슨 2차대전 때에 만든 방공호스러운 디자인을 가진 곳도 있으니까.
물론 샌프란시스코가 미국 내에서는 대중교통이 제대로 관리되는 축에 속한다고는 한다지만, 여건만 되면, 아니 여건상 마련해서라도 자가용을 타고 다닐 수밖에 없어서인가, 아니면 우리가 있는 학교 앞 역이 유달리 그런 것일까, 정류소 시설이 한국에서의 것과 달리 기물 관리가 잘 안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녹슨 정류소 지붕, 여전히 방치되어있는 전날부터 보이던 음식물, 정류소 광고판과 표지판에 그어진 라카 낙서와 그래피티 등을 보면 그런 생각부터 우선 들었다. 쓰는 이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잘 안 쓰니 공공재로서 관리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일까, 아니면 공공재를 관리하고 싶어도 관리를 못 하는 것인가? 대학가의 스산한 기상 상태가 겹쳐지니 유달리 그런 느낌이 더 강해진다. 사이버펑크의 이미지가 홍콩의 네온사인 거리와 구룡성채를 일부 참조해 만들었다고는 한다지만, 진짜 사이버펑크 느낌 나는 공간은 미국 대중교통 정류소가 아닐까.
-2023.07.15.
USS Hornet Museum 방문
점심: IN-N-OUT BURGER
서부 스타일 수제버거이자 미국에서의 소위 ‘3대 버거’로 알려진 곳이라 하여, 박물관 가는 길에 있는 IN-N-OUT BURGER로 점심 원정을 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괜히 이름난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햄버거라는 요리의 본질을 초월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 양에 그 가격이면 한국인 기준에서는 완전히 ‘혜자’인 가계일 것이다. 내가 시킨 메뉴가 일반 햄버거+감자튀김+음료 세트였는데, 이게 세금 포함해도 10불이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맘에 들었던 점을 정리하면 크게 2가지이다. 첫째, 버거 번을 구워서 겉을 바삭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이 식감을 더 좋게 만든 요인일 것이다. 둘째, 미국인들이 죽고 못 사는 조합인 밀크쉐이크+감자튀김 조합을 여기서도 시도해본 결과, 쉑쉑버거보다는 여기가 더 낫다는 결론을 도출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주관적인 견해이지만 쉑쉑은 그렇게 먹어본 결과, 감자튀김이 좀 짠 편이라 맛의 밸런스가 조금 안 맞다고 여긴 것이 원인일 것이다.
오늘의 방문 장소는 USS Hornet Museum이었다. 이 박물관은 이름 그대로 요크타운급 항모 CV-8 USS 호넷의 이름을 계승한 에식스급 항모 CV-12 USS 호넷의 함체를 박물관으로 만든 것이다. 원래는 정석적인 함선의 생애 주기에 따라 퇴역 후 스크랩 처리하기로 한 것을 승조원들과 유력인사들이 도로 사들여 박물관으로 개장해 보존한 것이라고 한다. 경제적 관점과 자주 배치되는 역사적 관점에서의 의견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여럿이 나서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해는 되는 것이, 이 함선은 기본적으로 태평양전쟁 당시 엄청난 전과를 쌓은 군함이다. 킬 마크로 초밥집 쿠폰 몇십 장에 해당하는 도장을 찍었다 해도 믿을 전과를 쌓았는데, 미국인 스스로도 ‘자랑스러운 세대’의 산물을 그냥 해체하기에는 아깝다 여기지 않았겠는가?
항모 하나의 크기와 가치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서 아는 바이지만, 직접 보며 느끼는 것은 또 다를 것이다. 항모의 크기에 한번 놀라고 내부 전시를 보며 다시 놀랐다. 오늘 건져갈 것은 여기서 건져간다고 여기면서 말이다. 물론 1시간 동안의 격실 관람 중 항모의 크기와 격실 간의 구조가 어우러지며 나오는 복잡함에 더해, 좁은 통로와 격실에서 오는 답답함에서 느끼는 것은 딱 하나였다. ‘여기가 오래 있을 곳은 못 된다.’ USS Pampanito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괜히 함정근무자들이 힘들다고 하는 게 아님을 느끼면서 말이다. (사실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기록은 없지만, 해군의 고강도 근무조건은 ‘불행한 군인’이었던 박정희도 인정한 바이다. 해군부대 방문 당시 함정을 타고 근해로 잠깐 나갔다 돌아왔을 뿐인데, 입항 후 남긴 말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내뱉은 ‘애들한테 잘 해줘라’가 전부였다고 하니 말이다. 일반적인 함정도 이러한데 항모 근무자들은 오죽하겠는가?)
격실 관람 이후 함재기 조종사 이동용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비행갑판으로 이동했다. 비행갑판에 전시된 F-14 보다가 <탑건> 초반부에 나오는 이함 장면 흉내 내며 사진 찍다 바라본 비행갑판 위에서의 바다는 뭐랄까, 육지에서 보는 바다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 높이에서 보는 수평선 너머 도심의 모습이 흡사 게임에서 묘사되는 도시의 원거리 실루엣과 너무도 닮았달까? 물론 오늘의 관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난생 처음 전투기 콕핏에 직접 앉아본 것이겠지만 말이다.
한가지 깨는 장면이 보였다면 비행갑판 위에서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장비 가지고 와서 사진 찍고 있었다는 것일까? 물론 야외에서 딱히 방해받는 것 없이 사진찍기 좋은 곳으로 항모 비행갑판만한 것이 없다 싶어서 이해는 하지만, 그 좁은 에스컬레이터로 코스튬 입고 촬영 장비를 이고 지고 올라왔다고 생각하니 참 대단한 자들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호넷 뮤지엄 갔다가 조금은 여유롭게 일정을 운용해보자 싶어서 공원에서 여유 즐기면서 생각해본 것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미국의 대중교통과 거리에 대한 것이었다. 앉으라고 만들었겠지만 앉고 싶은 생각을 곱게 접어 하늘로 날려버릴 듯한 관리상태를 자랑하는 정류소 벤치, 한국에서는 도저히 상상이 안 가는 더러운 도심 길바닥 상태는 뭐가 이렇게 만든 것인가에 대해 말이다. 이에 대해 나름 생각을 해봤다. 물론 여러 요소의 복합적 작용이 원인이겠지만, 대략 이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1. 어지간해서는 다들 자가용을 타니까 굳이 많이 만들고 시설을 쾌적하게까지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여겨서가 아닐까. 특히 실용주의의 본고장이니만큼, 대중교통은 보여줄 것이고 뭐고 간에 딱 자기 역할만 충실하게 하면 된다고 여겨서 그런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여기에 더해 어차피 다수는 자가용을 타는데 굳이 세금 들여가면서까지 관리할 이유가 없다고 여겨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세금 많이 쓴다는 것은 그만큼 더 징수한다는 것도 성립하는데, 세금 많이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2. 미국 정도 되는 강대국의 사람치고는 많을 것 같지는 않지만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고 ‘저런 나라들처럼 우리도 깔끔하게 만들고 고쳐보자’고 주장하거나 자기가 봐도 아니라고 여겨서 ‘이걸 자기 혼자만 쓰는 것도 아니고, 좀 깔끔하게 쓰면 어디가 덧나냐?’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걸 고치고 싶어도 땅이 너무 넓어서 관리가 안 될 가능성도 무시 못 할 것이다.
늘 타는 지하철과 버스지만 오늘 해본 생각이 있다면, 한국이나 미국이나 사람 사는 거는 별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버스 잘 타놓고서는 내리면서 기사한테 욕지거리를 하며 중지를 세우고 내린다거나, 혼잡한 거 뻔히 보이는 와중에도 기어코 그 육중한 몸뚱아리로 발광을 떨면서 몸싸움을 벌인다거나 하는 행동을 우리로 치면 딱 ‘지하철 X호선 빌런’으로 치환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때놓고 본 한국과 미국 대중교통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운용방식과 내부 구조 정도겠지.
-2023.07.16.
요세미티 국립공원 투어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가려면 패키지투어로 예약을 하고 가야하다 보니, 일단 집결지인 힐튼 호텔로 향했다. 여기서 전혀 예상 못한 경험을 했다면, 우버 타고 가다가 양보 표시 위반으로 경찰한테 잡히는 경험을 했다는 점일까? (양보 표시 준수는 미국 교통법규에서 엄격하게 단속하는 부분 중 하나다.) 다행히 경찰이 우버인 것을 감안해서일까 훈방조치로 끝난 게 천만다행이긴 했지만, 새벽 5시에 택시에서 눈 붙이다 갑자기 울려퍼지는 사이렌 소리와 경찰의 확성기 방송이 진정 날벼락이었다. 웃긴 건 이 수염 덥수룩한 기사, 경찰이 단속하며 뭐라뭐라하니까 OKAY, SORRY만 연발해대다 보니, 결국 경찰이 "내 말 끊지 말고 들어요. 뭔 말인지 알겠습니까? ’양보‘ 표시의 의미가 뭡니까?!"라고 쏘아붙이는 상황이었다. 물론 단속당한 뒤 이 기사는 경찰 안 보는 데서 ‘내가 여기서만 무사고 운전 28년 차인데 뭘 잡는 거냐’고 궁시렁대며 변명하긴 하던데, 애초에 경찰한테 개길 궁리를 하는 것부터가 이 아침의 코미디(?)였을 것이다. 아침에 교통 단속하던 경찰에 잡히는 것과 함께 경찰한테 개기는 현지인을 실시간 감상한 게 주말 하루를 여는 빅이벤트였다는 게 참 웃길 따름이었다. 물론 별일 없이 지나고서야 우리끼리 다 같이 그때 경찰의 말투 따라하며 웃는 거지, 사건 당시에는 그냥 ‘쫄아 있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개기기라고 적기는 했지만, 사실 굳이 현지화하면 이거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교통법규 위반으로 단속당하는 이들이 경찰의 말에 ‘에헤이, 어어어어ㅓ어어 아 알겠어, 알겠다니까요’를 연발하는 거를 생각하면 간단히 이해가 될 것이다.
요세미티 투어를 하며 알게 된 것)
1. 우리가 본 캘리포니아의 산이 죄다 그리 생긴 이유는 기후 때문이었다. 일단 바로 옆이 사막이 떡하니 있는 네바다 주인 것에 더해, 캘리포니아의 기후 자체가 봄~가을은 건기이고, 겨울에 우기가 성립하니 풀이 자라면서 말라버리거나 안 자랄 환경이 조성되어 그런 것이었다. 하긴 이 동네의 여름이 사막 같은 건조기후에 기온은 섭씨 30~40도씩 육박하니 그럴 수밖에. 국립공원에 가끔씩 자연적으로 산불 났다는 뉴스가 들려오는 이유 역시 이러한 환경적 조건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습도 때문에 짜증이 기본으로 쌓이는 것은 없지만, 그늘에 들어가면 체감상 덜 덥다는 느낌이 더 큰 만큼 정말로 건강 망치기 딱 좋은 더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닐까.
2. 밥 아저씨가 그림을 그릴 때, 나무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팬 붓이나 1인치 붓으로 직선 하나 긋고 그걸 축으로 해서 팬 붓을 찍는 형태를 쓰는 이유는, 그가 대충 그리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이 동네 나무가 그렇게 생겨서였다. 그가 그리는 방식대로 그리면 정말 미국 국립공원이나 밀림에서 보는 형태와 같은 나무가 그려진다는 것을 오늘 내 눈으로 보면서 알았다. 이걸 떠올리니 <그림을 그립시다>에서 밥 로스가 날리던 멘트, ‘여러분도 한번 해보세요.’, ‘그림을 그리는 데에 원칙은 없어요. 딱 하나가 있다면, 그건 재밌게 그려야 한다는 것이죠.’, ‘아주 쉬워요.’가 그리워졌달까?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자연의 광활함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공간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날씨 좋을 때 거기서 찍는 사진은 어지간한 똥손이 아닌 이상, 거진 화보나 다를 바 없는 사진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 역시 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 있어 메리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엘리트이자, 복합적이면서도 희한한 행보를 보인 양반이었던 시어도어 루즈벨트의 대표적인 업적 중 하나인 서부지역 국립공원 확대와 요세미티의 관계는 무엇일까? 보전과 보존 사이에서 보존을 택한 미국의 일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결과가 그들 국립공원의 뭐건 다 큰 사이즈의 자연물과 어우러지며 만들어진 지금의 모습이 아닐까. 물론 엄밀히 말하면 그 땅의 원래 주인은 원주민이고 그 이전에 아무도 없지만 말이다. 자연 그 자체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 점에서 미국은 축복받으면서도 저주받은 땅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무한한 가능성을 갖지만 그만큼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으리만큼의, 자신의 역량과 분수를 넘어서는 광활함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말이다.
-2023.07.17.
수업 끝나고 아울렛에 뭐 있나 구경하려 들르긴 했는데, 사실 거기는 명품 옷이나 가방, 요리기구, 화장품 등을 모아놓은 백화점 같은 곳이라 나는 딱히 살 거리가 많지는 않았다. 명품 쇼핑할 사람들은 가면 즐길 거리가 많겠다지만, 나는 명품에는 아는 것도 없고 흥미도 없어서...... 다만 매장의 배경이 멀리서 보면 흡사 과거 윈도우 XP 시절의 바탕화면 같은 느낌을 팍팍 풍기는 모습이었다는 것이 상당히 웃길 따름이었달까?
요즘들어 지니어스 킴의 취미 아닌 취미가 생겼다면 P 선생 말투 따라하기일 것이다. 물론 그가 흡사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과 같은 강의 스타일을 가졌기에, 그 점이 아주 강렬한 첫인상을 받게 하기에, 우리 모두 가끔씩 그가 강조하는 사항 ‘ALL OF HISTORY IS PARTIAL’, ‘DO YOU KNOW THAT MEANS? IF YOU DON’T KNOW THAT MEANS, PLEASE RAISE YOUR HAND’ 등등을 따라 하며 낄낄대곤 하는데, 우리의 지니어스 킴이 거기에 진심이리만큼 시전을 해서 웃다가 숨 넘어갈뻔한 것이 꽤나 많아서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물론 그것에 더해 여기서 만들어진 내 별명도 곁다리로 같이 딸려나오는 것이 덤이지만 말이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역무원의 어이없는(?) 행동이었을 것이다. 카드가 문제였는가 개찰구가 문제였는가, 개찰구가 오락가락하길래 돈이 모자라서 그러는가 했는데, 지나가던 현지인이 대뜸 개찰구를 뜀틀 넘듯 뛰어넘더니 ‘이봐 그냥 넘어가’라고 하길래 그때까지는 ‘이 사람이 그냥 농담으로 그러는 거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근처에 있던 역무원도 똑같이 ‘그냥 거기 넘어와요. 안 찍어도 되요’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였으면 ‘거기 잠깐 있어요. 내가 열어드릴께’라고 할 상황을 이렇게 넘긴다고? 물론 생긴 게 딱 봐도 외국인 관광객 같이 생겼고 쇼핑백까지 들고 있었기에 그리 한 것 같지만, 아무리 봐도 역무원이 대놓고 당당히 무임승차를 종용하는 듯한 태도는 뭐랄까, 이게 프리스타일인가 싶은 우스운 상황이었달까. 이렇게 우리의 미국에서 무임승차하는 경험이 달성(?)된 셈이다.
여기서 있으면서 이해가 안 가는 점 중 하나는 바로 이 미국인들의 알다가도 모를, 인사와 관심이라는 영역에 관한 것이었다. 볼 때마다 눈 마주치고 인사하는 것을 중시하다 못해 목숨 걸 듯하기에,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에 따라 나도 아침에는 최소한 영업용 미소라도 세팅하고 식당 점원들한테 인사하긴 하는데, 한편으로는 남이 뭘 하건 무관심 그 자체라는 점에서 매칭이 잘 안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같이 탄 애들이 열차 안에서 난리를 치건, 옷을 걸친 건지 벗은 건지 모를 희한한 모양새를 하고서 열차 안에서 당당히 대마를 피우건 말이다.
-2023.07.18.
드디어 왔다. Tony’s pizza에 말이다. 그때의 일로 관심이 동해 정말로 마크 프로서라는 사람 아냐고 직원에게 물어본 결과, ‘여기 오는 마크가 한둘이 아니라서요’라고 하더라. 결론은 뭐다? 프로서 씨의 짝사랑이었다. 다만 그의 마르게리타 피자 예찬론은 사실인 것으로 결론 내리겠다. 시킨 게 마르게리타, 엘 이탈리아노, 뉴욕 피자 3개였는데, 내 기준으로 봐도 제일 맛있는 건 마르게리타였다. 확실히 여기서 먹은 피자 중에서 제일 맛있는, 낸 돈이 아깝다고 여기지 않는 피자였다. 일단 안 짜다는 것과 함께, 토마토 향으로 뒷맛을 깔끔하게 한 것이 이러한 평가를 내린 요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동안의 바쁘게 다닌 일정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행 모두가 여유로운 자유시간의 일정을 추구하게 되면서, 코이트 타워 찍고 워싱턴 광장에서 여유롭게 그림 한 장 그려봤다. 이제야 좀 사람 사는 느낌이 든다. 물론 연수가 노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에 올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라는 생각에 다들 연수인지 관광인지 훈련인지 모를 일정을 소화해대려 했으니 그럴 수밖에. 재밌는 것은 이날 내가 성당 배경으로 그림 한 장을 샤프로 그렸는데, 나중에 젤라또 먹으러 가자고 해서 길 건너는 와중에 본 어느 필부께서 우리가 방금 점심 먹은 피자 가게를 수채화로 그리고 있던 게 아닌가. 여기서도 비슷한 일 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드는 동질감이 들었달까. 물론 나는 취미로 하는 것이고 그 사람은 취미인지 업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서 한번 ‘HEY BRO, YOU’RE FXXKING AWESOME’ 한번 박아볼까 하는 장난성 생각이 한번 들었던 순간이었다.
-2023.07.19.
미국의 광활함을 실시간으로 느끼는 구석 중 하나라면 바로 날씨일 것이다. 한국에서의 한 블록이 도보로 1분 정도의 거리인 것에 반해 미국에서의 한 블록은 4~5분인 것처럼, 날씨 역시 블록 단위로 기상 상태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가챠 뽑기’ 내지는 ‘랜덤 회전판’이 실현된달까. 그와 동시에 광활한 영토와 방대한 인구 구성에서 오는 ‘미친놈들의 소굴’스러운 구석 역시 더 강하게 체감하는 중이다. 물론 이 행성 위에 있는 어느 곳을 가나 그렇고 우리나라 역시 다를 것 없지만, 날씨 변화와 인적 구성이라는 면에서 우리가 아무리 지랄맞다 해도 여기에 비하면 선녀 같다고 여겨진달까? 주성치의 <당백호점추향>에 나오는 대사, ‘다시 보니 선녀 같다’ 대로 말이다.
오늘 저녁은 남부식 요리로 했는데, 다음번에 미국 가는 사람 있으면 권유해볼 만하겠다고 생각해본다. 사족이지만, 사실 내가 여기서 음식 문제로 고민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가끔 얻어걸리는 지독하게 짠 간과 함께 탕(湯)이 생각나는데 이놈들이 국물을 거의 안 먹어서 골 아팠다는 점이었다. 이 소리를 굳이 한 이유는 남부식 요리 중 스프 시킨 것 먹어본 우리 일행이 한 평가 때문이다. 그 맛이 흡사 잠발라야의 국밥 버전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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