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7일에 이 나라 정부 국무조정실이 해외직구를 규제하겠다는 소리를 뉴스를 통해 들었다. 사실 정책이 발표된 것은 5월 16일이었지만, 일단 본격적으로 뉴스를 타고 보도된 것은 그때였을 것이다. 처음에는 듣고 그냥 면세범위만 더 떨구는 것인 줄로 알았다. 그러나 그 예상은 틀렸다. 언제나 이놈의 정부는 상상을 초월하는 짓거리를 한다는 것을 내가 또 잊은 것이다. 솔직히 면세범위 더 떨어뜨리겠다는 것도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 내용을 다시 자세히 들여다본 결과는 가히 충격이었다. 그 때문에 소식을 듣고 요 근래 내내 화기(禍氣)를 토해낸 것이 며칠째 인지도 모를 일이다.
요약하자면, 사실상 해외직구를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고 개인이 구매하는 것을 넘어서 국제우편으로 오가는 것까지 다 검사해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게 도대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할 짓이 맞나 싶었다. 그렇게 '자유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 빨갱이 놈들, 좌파 사회주의' 타령하면서 거드럭거리던 종자들이 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이딴 소리까지 하나 싶었다. 솔직히 이 자들은 이론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해본 적이 있기나 할까라는 생각만 들었다. 자유를 그리도 금과옥조로 받드는 족속들이 자유를 위해 죽은 자들의 무덤 앞에서 눈에 눈물을 달고 연극을 벌이면서도 이딴 짓을 한다면, 그건 정치 진영을 떠나 자유를 위해 죽은 모든 이들의 무덤에 침을 뱉는 것과 다를 것이 하나 없다.
그래, 물론 내가 정부 차원에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무조건 배척하자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소비자인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이다. 그럼 국가는 당연히 이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이상하게 만들어진 물건이 시장에 들어와서 터져야 하는데 안 터지고 터지지 말아야 하는데 터지는 물건으로 피해보는 것 막자는데 반대할 자가 어딨겠나? 그걸 반대하면 제정신을 잃은 종자라고밖에 볼 길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놈의 정부가 한다는 짓이 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 담배피는 것 막겠답시고 학교를 없애는 짓거리로밖에 보이지 않는 행동을 아주 당당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놈들이 정작 인간 건강 좀먹는 술담배랑 헌법에도 명시된 환경보전의 의무를 좀먹기로 악명높은 골프용품은 잘만 들여오면서, 엄한 전자제품, 생활용품, 취미용품을 규제하는 부조리극의 향연이나, 수많은 이들의 생명을 앗아갔던 가습기 세정제조차도 그 치들이 대들보마냥 붙잡고 있는 KC 마크 다 달고 들어갔다는 모순, 소비자와 국내시장을 보호한다면서 그동안 국내 유통업체가 벌여온 가격 부풀리기를 위시한 온갖 술수는 눈감아버리겠다는 부조리의 천국은 이미 다른 곳에서도 많이 언급하고 분석한 바이니 더 이상 자세히는 말 안 하겠다.
이 정신 나간 정책이 벌일 파국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미 주요 국제거래 플랫폼이 한국으로 물건 안 팔겠다고 하는 상황이고, 이게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는 모든 국민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 국제법상 국내법에 준하는 효력을 가지는 국제통상조약을 마음대로 무시하고 강행하며 벌어질 무역보복 따위 하나 생각 안 한 것 같은 상황, 이딴 혼란을 일으켜놓고도 말 빙빙 돌리면서 책임회피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작태는 더 이상 말해 무엇하겠는가?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은 하나다. 이놈들은 멈출 생각이 없다. 더 검토하겠다, 조정 기간을 거치겠다는 식의 감언이설로 꼬드겨서 우리의 힘을 뺄 궁리만 할 뿐, 철회한다는 말은 입 밖에 내지도 않았다. 사실상 그들은 강행하겠다고 말한다. 단지 그걸 명시적으로 말 안 할 뿐. 그들은 말한다. 국민의 안전과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아주 정신 나간 국가가 아닌 이상, 어느 나라 정부도 제 입으로 '국민을 죽이겠다', '너희에게 자유 따위는 없다'는 소리를 공식적으로 하지 않는다. 권력은 기본적으로 그럴듯한 말로 자신을 치장한다. 그리고 그렇게 치장한 권력은 칼을 빼들고 뒤로 다가온다. 우리 잘 생각해 보자. 불과 우리 아버지 어머니 세대의 일인 군사독재 정권 시절 말이다. 그때 간첩몰이에 시국사건이다 뭐다 하면서 무고하게 끌려가 고통받고 국가에 의해 살해당한 이들을 향해 국가가 한 말은 '너희는 살 권리가 없다'가 아니었다. 그때도 국가가 국민을 향해 한 말은 '이 모든 것은 국가의 안보와 안녕 보장,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장을 위한 것'이었다.
저들이 완전히 철회할 때까지, 저따위 망할 소리를 아주 끝장내버리까지 우리는 계속 보여줘야 한다. 국민이 우습냐고. 남의 삶이 우습냐고. 이딴 짓을 하고도 조용히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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